중국의 고속버스
난 중국에서 출장을 갈때 주로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다
남들은 열차가 편안하다고들 하는데 내가 버스를 고집하는 이유는
아마 중국말이 서툴기 때문인것도 그 이유중의 하나 일거다
기차를 타면 여러명이 한좌석에 앉기 때문에 말을 걸어 올때도 좀 곤란하고
외국사람이라고 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심히 바라보는것 또한 고역중의 고역이다
그런데 중국 사람은 참 천진스러운 면이 있다
길에서고 차안에서고 간에 모르는 사람들과도 잘도 이야기를 나눈다
엘리베이트 안에서 각자 천정과 벽을 바라보고 오줌 마려운 강아지 처럼 서있는
한국 사람들과는 달리 사교성이 아주 좋은 편이다
또 중국의 고속버스는 절대로 고속도로를 달리지 않는다
물론 대도시에서 가까운 거리는 곧장 목적지 까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도시나 농촌 곳곳에 들러서 승객을 내려주고 태운다
물론 중국의 고속도로는 거미줄 망처럼 잘 정비되있다
그러나 승객을 많이 태워야 하기 때문에 고속도로를 잘 달리다가도
언제 일반국도로 달릴지 모른다
일반 국도라도 왕복 4차선 또는 6차선으로 포장은 다소 미흡해도 길은 넓은 편이다
또 고속버스에는 현재의 우리와 조금 다른 모습은 모든 차에 차장이 있다는 것이다
예쁜 아가씨도 있고 입담 걸죽한 뚱뚱한 아줌마 차장도 있고 머리에 젤을 바르고
한껏 멋을 부린 총각 차장도 있고 전형적인 중국풍 모자를 눌러쓴 마음씨 좋게 생긴
아저씨 차장도 있다
모두 돈가방을 하나씩 차고 있는데 어쩌면 우리나라 옛날 차장 아가씨의
가죽 돈가방과 그렇게도 닮았는지 한국에서 예전에 쓰던것을 수입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다
몇일전 양파 수출을 위해 천진시로 가기위해 조그마한 도시에서 버스 터미널로 갔다
(중국에는 조그마한 도시라도 인구가 100만 이상임)
터미널 대합실 풍경 또한 한편의 코메디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점잔하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볼수 있고
그것을 나무라는 사람 또한 없다
우리나라 애연가들이 이광경을 보았다면 여기가 바로 지상낙원 이구나 하고
아마 탄복을 할것이다
그리고 아무데서나 퇵하고 침을 벹고 담배 꽁초도 아무 부담없이 버린다
그러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청소하는 아줌마가 쪼르르 나타나 재빠르게
쓰레받기에 쓸어 담는다 물론 불평은 없다
대도시 터미널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곳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제지를 받지 않는다
몇일전부터 북경에서는 올림픽 때문에 길거리에서 침을 벹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부과 한다는 법을 발표했지만 내생각에는 아마 한참의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 일것 같다
그리고 여행객들의 모습을 보면 한국의 옛날 생각이 절로 난다
우리나라 쌀포대 같은 자루에 무엇을 담았는지 잘 모르지만
꽉찬 자루 몇개씩을 이고,지고,들고 나타난다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는 세련된 사람도 가끔은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이렇다
젊은 한 아가씨는 어디 취직이라도 하러 가는지 자루 옷가방을 꼭 끌어안고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앉아 있다
개찰구의 풍경 또한 기네스북 감이다
검은 제복을 입은 개찰원 여직원이 출입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승객들을 예리한 눈빛으로
살피고 있다 물론 그직원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차에 오를수 없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직원이 승객과 표를 검사하다가 꼬마 아이 한명을 불러 세운뒤
바로 옆의 기둥으로 데려가 세워놓고 키를 젠다
중국의 모든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에는 개찰구옆 기둥에 눈금자가 그려져있다
기차 역시 모든 칸에 눈금자가 그려져 있는것이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는 전표(요금을 전액 내는것) 반표(요금을 절반 내는것) 면표(요금 면제)라는
제도가 있다
키가 1미터 30센치 이상이면 전표를,1미터30 에서 1미터10 사이는 반표,그리고
1미터10 센치 이하는 무료다
우리나라 처럼 나이가 몇이느니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느니 하고 시비할 이유가 없다
벽에 기대 새워 놓고 직원과 부모가 확인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예리한 직원은 조금 의심스럽다고 생각이 들면 가차없이 벽에 세워 놓고
판결을 내린다
시간 계념 또한 대단하다
찌꺼 싸오쓰 능 따오마?(몇시간 걸려 도착 합니까?) 하고 물으면
대충 6 시간에서 7 시간 정도 걸린다 면서 그것을 구태여 승객이 알 필요가
없다는 듯이 말해 버리고는 딴짖을 한다
이해가 가는것은 언제 어디서 승객을 기다릴지 모르니 당연한 이야기다 싶다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 개찰원의 승차지시에 따라 버스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면
사각형 프라스틱 바구니에 잡지,신문,빵,우유.빵,물등을 가득 담은 장사치들이
물건을 파느라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돌아간다
6 시간 이상을 달리는 장거리 버스는 출발전 차장이 빵과 우유를 하나씩
공짜로 제공 하는데 빵을 주는 방법 역시 중국인답다
마치 주기 싫어서 억지로 주는것처럼 홱홱 집어 던진다
그래도 승색들은 아무 불평없이 얼굴에는 미소까지 뛰우고 야구경기장의 수비수처럼
잘도 받는다 표를 살때도 마찬 가지다
눈길은 다른곳을 보면서 마치 일을시켜 귀찮다는 듯이 잔돈과 표를 홱 집어 던진다
그러면 이런 쌍놈들이 다있는가 싶고 한국의 예절이 한없이 그립다
버스가 한참을 달리다 주유를 하기위해 주유소에 들렀다
경적을 울리고 한참을 기다려도 직원은 나오지 않는다 화장실도 갈겸해서 내려
주유소 안을 보니 직원은 분명히 있는데 나오지 않는다
이유를 물으니 자기 하던일 마져해놓고 기름넣에 줄테니 기다리란다 참 좋은 나라다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칸막이 없는 화장실에 한남자가 답배를 물고 대변을 보고 있다
난 불안해서 그리고 챙피해서 못할것 같은데 그사람은 일상생활이라 그런지 태연하기만 하다
천진을 거의 다 왔을때쯤 트럭 짐칸에 꽃상여를 싣고 몇명의 남자가 앉아서 간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터럭 뒤에 폭죽을 메달고 터떠리먄서 가는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개업식이나 결혼식때 귀신을 쫒는다고 폭죽을 터떠리는데
초상이 났는데 왜? 그러냐고 물으니 그것이 슬픔의 표시라고 아무렇게나 갖다 붙인다
모든것은 생각하기 나름 아닐까 생각해 보니 그 대답도 맞다 싶다
하기야 중국사람은 모든것에 이유 없는것이 없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접대하는 쪽에서 생선 눈알을 빼서 나에게 준다
이것을 먹으면 사업이 잘된다는 이유를 붙여서다
또 건배 할때도 이유도 많다
두잔을 연거푸 마셔야 사업이 번창 한다느니 한잔 한잔 건배 할때마다
건강을 위한다 느니 발전을 빈다 느니 가족을 위해서 라느니 갖가지 이유를 붙이기 때문에
도데체 술을 마시지 않을 재간이 없다
한가지 더 설명 하자면 중국에서는 혼자서 술잔을 홀짝 비우면 큰 실례다
상대가 마시지 않더라도 꼭 잔을 부딪혀 주어야 예절이다
더디어 내가탄 버스가 동네마다 들려서 천진에 도착 했다
그것도 운전기사가 예정했던 정확한 시간에 단 일초도 틀리지 않고 도착 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차가 늦었다느니 빨랐다느니 시비 하지 않는다
모든것은 운전기사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이래서 중국은 평화스런 나라다
사소한 싸움이 없는 좋은 나라다
내가 지금 바로 이런곳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