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학일반 - 토마토는 야채인가요? 과일 인가요?
오늘날 우리가 토마토를 채소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대법원에서 토마토는 채소라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토마토가 과일이냐 채소냐 하는 시비가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관세법에 따르면 채소를 수입할 때 19퍼센트의 높은 관세를 물게 되어 있었는데 뉴욕항 세관이 토마토를 채소류로 분류하자 업자들이 크게 반발했던 것입니다. 이에 대법원은, '식물학적 견지에서 토마토는 덩굴식물의 과실이다, 그러나 토마토는 과일처럼 밥먹은 후에 먹는 음식(후식)으로 식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식사의 중요한 일부이므로 채소이다'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토마토는 식물학상 과실이기는 하지만 과실이란 식물의 열매를 뜻할 뿐 과일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호박이나 오이, 고추도 식물의 열매이지만 일반적으로 채소에 속하지요. '1년생에 달리는 것은 채소, 다년생에 달리는 것은 과일' 라는 말도 있는데 그렇다면 1년생인 딸기, 참외, 수박은 채소, 드릅나무 새순인 드릅나물은 과일이어야 할겁니다. 일부에서는 단맛이 나는 것은 과일, 아닌 것은 채소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설탕을 뽑아낼 때 활용하는 사탕수수나 사탕무우도 과일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과일과 채소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어야 할까요. 그것은 바로 생활습관입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과일은 보통 밥 먹고 나서나 한낮에 심심할 때 날것으로 먹는 식품인 반면 채소는 익히거나(감자, 고구마), 절이거나(장아찌), 발효시키거나(김치), 날로 먹더라도 다른 것과 함께 먹거나(상추쌈), 드레싱을 해서(샐러드) 요리로 만들어 끼니때 먹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서양인에게 토마토는 분명히 채소입니다.
서양인들은 방울 토마토 조차도 거의 날로 먹지 않으며 대부분 토마토를 익혀서 먹거나, 토마토 소스를 만들어 먹거나, 샐러드에 함께 섞어서 먹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요리(파스타, 핏자, 리조또...)와 멕시코 요리(뷰리또, 타코, 화이타, 케사디야, 살사...)에 토마토가 많이 들어갑니다. 토마토 스프와 샌드위치, 햄버거, 핫도그 등 미국 요리에도 들어 가고요. 별난 취미 가진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사과나 배, 감, 참외를 샌드위치에 넣어 먹지는 않잖아요 미국의 수퍼마켓에 가 봐도 토마토는 채소칸에 비치되 있지 과일칸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미 법원이 관세를 많이 벌어들이기 위해 토마토를 채소로 둔갑시킨 것은 아닙니다. 그냥 자기네들 음식 습관상 토마토가 채소에 가까왔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미국인들의 생활방식일 뿐 우리나라에서 토마토는 과일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토마토를 요리하지 않고 대부분 그냥 먹습니다. 기껏 해야 설탕 뿌려서 먹으니까요. 앞서 지적했다시피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과일은 그냥 먹고 채소는 요리해서 반찬으로 먹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에 토마토를 채소라고 한 사람들은 무작정 서양식 관점이 옳은줄 알고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인 약간은 사대주의적 사고를 가진 부류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는 토마토를 식품법상 과일로 분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식습관도 다양해져서 피자나 파스타 등 이탈리아 요리와 야채 샐러드 등이 흔해지면서 토마토가 '채소'에 접근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